아빠와의 통화는 이상하게 빨리 끝납니다. 전화를 걸기 전에는 몇 가지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연결되면 “밥 먹었냐”, “일은 괜찮냐”, “몸 조심해라”를 지나 금방 조용해집니다. 화면에 뜬 통화 시간은 2분 47초. 끊고 나서야 조금 아쉽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짧은 통화를 아빠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무뚝뚝해서, 말이 없어서, 표현을 잘 못해서. 그런데 아빠와의 통화가 3분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꼭 아빠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오래 묻지 않았던 시간이 통화의 길이를 정해버린 것에 가깝습니다.
아빠랑 대화가 짧아지는 순간
아빠랑 대화할 때 우리는 대부분 상태를 확인합니다.
밥은 먹었는지. 병원은 다녀왔는지. 요즘 어디 불편한 데는 없는지. 다 필요한 질문입니다. 다만 이런 질문에는 대답이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먹었다”, “괜찮다”, “별일 없다.” 질문이 문을 여는 대신 문고리만 만지고 끝나는 셈입니다.
아빠가 말이 없는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질문이 아빠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상태만 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태 확인은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래 머물 자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별일 없다” 뒤에 숨어 있는 것
부모님 세대는 자기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식 앞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힘든 얘기는 걱정시킬까 봐 줄이고, 좋았던 얘기는 괜히 자랑처럼 들릴까 봐 접습니다. 그러다 보면 남는 말은 “별일 없다”입니다.
하지만 별일이 없다는 말이 정말 아무 이야기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빠에게도 처음 혼자 돈을 벌던 날이 있었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잠을 줄이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처음 실패하고도 다시 나갔던 아침,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생각도 있었겠지요. 다만 그런 이야기는 “요즘 어때?”라는 질문만으로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아빠와의 통화가 짧다면, 필요한 건 더 긴 통화 시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꾸는 일입니다.
오늘 붙일 질문 하나
이번 통화에서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아빠는 내 나이 때 무슨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
이 질문은 아빠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조언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시간을 조금 뒤로 돌립니다. 지금의 아빠가 아니라, 자식이 아직 보지 못했던 젊은 아빠를 불러냅니다.
대답이 짧아도 괜찮습니다. “글쎄, 돈 벌 생각만 했지” 정도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 됩니다. “그때 제일 걱정됐던 게 뭐였어?” 또는 “그래도 버티게 한 건 뭐였어?”처럼요. 질문은 크게 만들수록 부담스럽고, 작게 이어갈수록 오래 갑니다.
아빠랑 대화가 길어지는 순간은 대단한 고백이 나올 때가 아닙니다. 아빠가 “그때는 말이야” 하고 시간을 되돌리기 시작할 때입니다.
이런 질문을 매일 하나씩 부모님께 전해드리는 앱을 만들고 있어요. 사전예약과 소식받기는 여기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 통화에서 3분이 지나도 끊지 못하는 쪽은, 어쩌면 아빠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릅니다.